사회적 기업가를 미국의 주류로 인정한다
2006년 2월, 뉴욕 시에서 차로 한 시간 반 거리에 있는 허드슨 밸리의 유서 깊은 휴양지 모혼크 마운틴에 차세대 스타들이 모였다. 그들은 잘 생기지도 멋지게 차려입지도 않았다. 리무진도 레드 카펫도 없었다.파파라치들의 플래시도 터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 모임을 주최한 케네디 스쿨의 데이비드 거겐 교수는 이들을 ‘미국의 떠오르는 스타’라고 불렀다. 이 모임은 바로 촉망 받는 사회적 기업가들의 연례 잔치였다.
하버드 대학은 단순한 대학이 아니라 지도자를 양성하는 곳이라 자처한다. 그래서 일단 하버드 대학에 입학하면 학생들의 생각도 근본적으로 바뀐다고 한다. 단순한 대학생이 아니라 스스로 미래의 지도자로 여기게 된다는 것이다. 자부심만 갖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지도자로서의 덕목을 가르치고, 주류 사회와 이어 주는 다양한 네트워크도 제공한다. 특히 케네디 스쿨로 알려진 공공정책대학원은 정치 지망생뿐 아니라 제3섹터 활동가에게도 필수 코스로 자리 잡은 지 오래이다. 케네디 스쿨은 제3섹터 연구의 권위를 바탕으로 제4섹터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회적 기업을 미국 사회를 이끌어 갈 미래의 주류로 인정한 것이다.
스탠퍼드 대학이 사회적 기업에 대한 연구와 창업 지원을 경영대학원에서 주도한다면, 하버드 대학은 경영대학원도 관여하지만 주축은 공공정책대학원이다. 하버드 대학은 2006년부터 ‘사회적 기업’을 정식 교과로 채택했다. 케네디 스쿨 산하의 하우저 센터는 사회적 기업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고, 캐서린 B. 레이놀즈 재단은 이를 지원한다.
하우저 센터의 고든 블룸 교수는 “하우저 센터는 사회적 기업의 창업을 이론적. 실무적으로 돕는 일종의 창업 보육 센터”라고 말한다. 요컨대 하우저 센터는 영리 벤처의 창업을 지원하듯 사회적 벤처의 창업을 돕는 곳이다. 따라서 강의를 수강하는 학생들은 모두 사업 기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창업 설계를 하는 것으로 수업을 시작하는 셈이다. 한 학생은 장애인들이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는 네트워크 시스템을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을 만들겠다는 사업 기획서를, 또 어떤 학생은 정세가 불안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젊은이들을 위해 상담 전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을 만들겠다는 사업 기획서를 내놓는다. 이제 각자의 아이디어를 다듬고, 팀을 짜서 구체적인 실천 계획을 세운다. 그러면서 학생들은 사회적 벤처의 창업 과정을 배우고 익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하버드 대학은 할 수 있는 모든 인적 자원과 네트워크를 제공한다. 케네디 스쿨 동문이자 사회적 기업의 대부로 불리는 아쇼카의 빌 드레이튼을 비롯해 쟁쟁한 사회적 기업가들을 강단으로 불러 들이고, 대학 내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과 교수들을 학제 간 연구 형태로 하우저 센터의 활동에 참여시킨다.
학생들의 사회적 벤처 창업 계획은 구상으로 그치지 않는다. 학생들은 각자의 창업 기획안을 가지고 경연대회를 벌인다. 그리고 여기서 뽑힌 창업 기획안은 실제 창업 실험으로 이어진다. 경연대회가 수여하는 상금이 창업을 위한 종자돈이 되는 것이다.
학생들 또한 예비 사회적 기업가답게 스스로 사회적 혁신을 위한 그들만의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고 있다. 예를 들면 학생들 스스로 사회적 기업가를 초청하거나, 대기업들로부터 협찬을 받아 사회적 기업가 기획안 경연대회를 벌이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한다.
거센 교수는 사회적 기업 강의를 수강하는 학생들에게는 ‘사적인 부’뿐만 아니라 ‘사회적 부’를 늘리고 창출하는 기업을 세우려는 야심이 있다며, “하버드 대학 경영대학원에서 가장 큰 학생 클럽의 하나가 사회적 기업을 위한 모임”이라고 말한다. 그는 사회적 기업을 ‘미래의 성장 엔진’이라고 강조한다. 하버드 대학 학생들은 이러한 환경 속에서 사회적 기업을 미래 사회의 주류로 받아들이고, 나아가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한 새로운 혁명의 활동가로 교육 받고 있는 것이다.
출처:보노보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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