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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농협, 이명박 상금 세탁' 충격적 내막


각하 재산 증식 돕고 전산기록 삭제
한국일보 | 송응철 한국아이닷컴 기자 | 입력2014.01.11 07:35 | 수정2014.01.11 08:43

농협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상금세탁'을 도운 정황이 드러났다. 농협은 이 전 대통령이 해외에서 수상한 상금의 수표가 채 입금도 되기 전 이를 매입해 이 전 대통령 계좌로 송금했다. 해외에서 받은 금품을 신고해야 하는 공직자법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분석이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런 전산기록이 돌연 종적을 감첬다는 점이다. 
금융기관은 전산 자료를 10년 동안 멸실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는 점에서 명백한 불법이다. 결국 대통령을 위해 편법과 불법을 동원한 셈이다. 윗선의 지시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게 농협 안팎의 공통된 견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상금으로 받은 수표를 추심 전 매입하는 내용을 담은 농협 내부문건.

기부한다던 상금 계좌로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1년 해외 원전수주 과정에서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정부로부터 '자이드 환경상' 상금 50만달러(한화 약 5억5,000만원)를 받았다. 녹색성장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신성장 동력을 육성해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이후 아랍에미리트연합이 지불해야 할 186억원 중 절반 이상인 100억달러를 국내 수출입은행이 28년간 대출해주는 내용의 이면 계약이 드러났다. 일각에선 이 전 대통령이 상대에 유리한 조건을 제공한 대가로 수상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당시 정부는 이 상금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이 환경 분야 등에 기부하거나 쓸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언론은 이를 그대로 지면에 옮겼다. 국민들도 당연히 그럴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 돈은 전액 이 전 대통령 개인 통장으로 입금됐다.

이런 사실이 드러난 건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2012년도 고위공직자 정기 재산변동 사항'을 공개하면서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의 재산은 2011년 54억9,659만원에서 2012년 57억9,966만원으로 증가했다.

특히 예금 증가분이 컸다. 예금이 1억2,022만원에서 6억5,341만원으로 5억원 이상 급증했다. 예금 급증 원인은 자이드 환경상 상금 수령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개인에게 주는 상이기 때문에 상금 역시 이 대통령 개인에게 지급된다고 허둥지둥 해명했다.

농협, 추심 전 매입해 송금

당시 '상금세탁'을 도운 게 바로 농협이다. <주간한국>이 입수한 내부문건에 따르면 농협 청와대지점은 2011년 3월23일 외화수표 추심전 매입승인을 요청했다. 매입 품목은 아랍에미리트 은행 'Emirates NBD'에서 발행한 50만달러 수표, 매입신청인은 이 전 대통령이었다.

이를 통해 농협 청와대지점은 아직 입금되지도 않은 수표를 매입하는 조건으로 이 전 대통령 계좌에 5억원 이상의 현금을 송금했다. 복수의 농협 내부직원들은 외화수표 추심 전 매입은 농협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 농협 내부문건 중 '2011년 승인신청 접수 총괄대장'을 보면 2011년 3월23일까지 접수된 외화수표매입건은 이 전 대통령의 50만달러가 유일하다. 공직자는 해외에서 일정 이상의 금품을 받을 경우 이를 신고해야 한다는 규정을 피하기 위한 행보로 분석된다.

기록 의도적 삭제 의혹

문제는 이후 해당 전산기록이 자취를 감췄다는 점이다. 시기는2011년 4월11일 전산사태를 전후해서다. 전산사태 당시에도 여신관리시스템은 정상작동했다. 그러나 돌연 시스템이 먹통이 된 뒤 이 전 대통령의 기록이 삭제됐다.

농협 여신관리부의 한 직원은 "이 전 대통령의 외화수표 추심전 매입 전산기록이 '청와대지점 여신관리시스템 장애 복구 중'이라는 메시지가 뜬 직후 삭제됐다"며 "이 기록만이 유일하게 사라졌다는 점에서 의도적인 삭제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자금융거래법과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금융기관은 전산 자료를 10년 동안 멸실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전산기록에 문제가 있다면 취소 혹은 정정은 가능하다. 그래도 여전히 기록은 남는다. 기록 자체를 삭제에는 농협 내 IT인력이 동원돼야 한다는 전언이다.

따라서 농협 안팎에선 수표 매입과 전산기록 삭제가 '윗선'의 지시 없이는 불가능한 일로 보고 있다. 특히 농협 내부에선 이 전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고위층 인사의 개입을 의심하는 시선이 많다.

한 농협 내부 직원은 "청와대의 청탁이 있었는지 농협의 자진 과잉충성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이 전 대통령 수표 추심 전 매입건에 대해 알고 있는 직원들 사이에선 최 고위층이 관련됐을 것이라는 말이 정설로 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협 홍보실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과의 거래 사실은 개인정보로 분류돼 공개할 수 없지만, 수표 추심 전 매입은 서류만 증빙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거래이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어떤 고객이라도 전산삭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주거래은행은 정권실세 개인금고?

농협 청와대지점은 청와대의 주거래은행이다. 역대 정부 청와대 주거래은행은 '금고'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대중 정부까지 주거래은행을 맡아온 우리은행은 1995년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 당시 검은돈 일부를 보관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결국 2003년 노무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주거래은행은 국민은행 청운동지점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큰 변화는 없었다. 국민은행 역시 MB 대선 캠프 외곽지원조직이었던 선진국민연대 관련 업체인 와인프린스에 17억원을 특혜 대출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어 2009년 농협 청와대지점이 청와대 주거래은행 자리를 넘겨받았다. 농협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다. 지난해 내곡동 사저 신축 논란 당시 이 대통령 아들 시형씨가 6억원을, 이 전 대통령이 20억원을 대출받은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여기에 이번 일까지 더해지면서 금융권에선 '청와대 주거래은행은 금고'라는 공식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청와대 주거래은행은 정권실세들에 편의를 제공해 온 게 사실"이라며 "끊으려고 해도 끊을 수 없는 고리"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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