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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강 파워!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인맥


출신 인사들 국내 정계·재계·학계 전방위 포진

 


‘살아 있는 지식(knowledge in action)을 가르치는 리더 양성소.’(한나라당 박재완 의원)
‘세계 각국 인재들의 다양한 시각이 살아 숨쉬는 싱크탱크.’(GE에너지코리아 이현승 사장)
‘잘난 엘리트들을 겸손하게 만드는 곳.’(조선일보 강인선 기자)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동문 3명이 모교에 대해 내린 정의다. 정부, 국제기구, 사회단체 등에서 공익을 위해 일하길 바라는 엘리트라면 누구나 케네디스쿨 진학을 꿈꾼다. 케네디스쿨은 70여 개국에서 온 외국 학생들이 미국 학생들과 뒤섞여 공부하는 ‘국제적 지성의 장’이다.

정치·행정 전문대학원인 케네디스쿨은 단순히 똑똑한 리더를 키우는 곳이 아니다. 복잡한 사회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안목과 창의력, 공공의 선을 생각하는 윤리의식에 더 큰 비중을 두고 가르치는 곳이다.
아프리카 대륙 최초의 여성 국가원수인 엘렌 존슨 설리프 라이베리아 대통령,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 펠리페 칼데론 멕시코 대통령…. 세계의 내로라하는 리더들이 바로 케네디스쿨을 졸업했다. 케네디스쿨 동문의 막강한 영향력은 미국은 물론 제3세계에까지 미친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84년 졸업

케네디스쿨을 나온 한국인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유엔 사무총장이 된 반기문 전 외교부 장관은 케네디스쿨이 배출한 대표적 스타다.
반 총장은 1984년 케네디스쿨을 졸업할 때 우수상을 거머쥘 만큼 성실한 학생이었다. 40세가 넘어 대학원에 진학한 그는 “나이 많은 학생으로 젊은 동기들을 따라잡기 힘들었다”고 회고한다. 하지만 극한 경쟁 속에서 자극을 받아가며 공부한 경험은 그가 세계적인 리더로 성장하는 자양분이 됐다.

케네디스쿨 출신 한국인들은 국가를 움직이는 파워엘리트 그룹으로 자리잡고 있다. 케네디스쿨 한국동문회(회장 최홍건·한국산업기술대 총장)에 따르면, 2005년까지 케네디스쿨을 졸업한 한국인은 150여 명에 이른다(박사과정 포함). 이들 중 과반수는 외교통상부, 재정경제부(이하 재경부), 산업자원부(이하 산자부) 등 각 부처의 공무원들. 90년대 들어 졸업생들의 진로는 더욱 다양해져 정계와 학계는 물론이고 기업, 언론계, 금융계, 국제기구에까지 폭넓게 포진해 있다.

이들은 끈끈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케네디스쿨 한국동문회는 1년에 두 번 정기적으로 열리는데, 이슈가 생길 때마다 특별한 이벤트를 갖기도 한다. 지난해 12월에는 케네디스쿨 동문회 주최로 서울 광화문의 한 중식당에서 미국 뉴욕으로 떠나는 반기문 총장의 환송회가 열렸다. 반 총장은 동문회에서 “케네디스쿨을 나와서 좋은 점이, 다른 건 몰라도 지적 능력만큼은 의심받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연배가 비슷하거나 같은 시기에 수학했던 동문들은 자주 만나 친목을 다지고 사회 현안에 관한 토론도 벌인다. 현재 50대 나이로 80년대에 케네디스쿨을 함께 다녔던 송하중 경희대 사회과학부 교수, 유지창 전국은행연합회장, 한나라당 박재완 의원, 최병선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이달곤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박기종 국무조정실 기획관리조정관, 홍석우 산업자원부 무역위원회 상임위원 등은 친분이 두터운 대표적인 소그룹.

참여정부에서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송하중 교수는 “동문들에게 대연정이나 감세정책에 대한 의견들을 허심탄회하게 들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가 정책을 연구할 땐 박기종 기획관리조정관이 자료 제공에 적극 협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케네디스쿨 인맥은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데 그치지 않고 좀더 발전적인 정책안을 도출하는 두뇌집단 구실을 한다. 2004년부터 2년간 대통령 직속 중소기업특별위원회(이하 중기특위) 위원장을 지낸 최홍건 한국산업기술대 총장은 “업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동문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한다.


발전적 정책 제시 ‘두뇌집단’ 역할 톡톡


“중기특위 위원장을 지낼 때 이우철 금융감독원 부원장과 수시로 의견을 교환했다. 또 ‘산업은행의 중소기업 지원자금을 늘려달라’는 내 요청을 후배인 유지창 전 한국산업은행 총재(현 전국은행연합회 회장)가 흔쾌히 받아들였다. 산자부 차관 시절에는 동문인 엄낙용 당시 재경부 차관과 효율적인 업무 공조를 할 수 있었다. 서울대 최병선 교수에게서는 자동차 부품산업을 활성화할 실물정책 아이디어를 얻기도 했다.”


정계와 재계에서 케네디스쿨 동문의 활약도 눈여겨볼 만하다. ‘지미파(知美派)’ 정치인으로 꼽히는 한나라당 박진 의원, 정책전문가로 통하는 한나라당 박재완 의원, ‘신형 저격수’로 떠오른 한나라당 권영세 의원이 케네디스쿨 출신들. 김민석 전 민주당 의원도 케네디스쿨을 나왔다. 미국에서 케네디스쿨은 진보당인 민주당과 밀접한 인연을 맺고 있지만, 케네디스쿨을 졸업한 한국 정치인 중에는 보수당인 한나라당 소속이 많다는 점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기업에 재직 중인 케네디스쿨 동문으로는 삼성경제연구소 김병기 연구위원(사장급), GE에너지코리아 이현승 사장, 강문석 LG텔레콤 부사장, 김진군 전 델코리아 사장 등이 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는 1년간 케네디스쿨에서 공부한 뒤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경영대학원)에 들어갔다.

케네디스쿨을 졸업한 시민단체 활동가들의 행보도 눈에 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 사무총장 출신의 유종성 씨(현 미국 샌디에이고대 교수)는 2005년 케네디스쿨에서 한국의 각종 정책과 한반도 문제, 한미관계 등을 다룬 정책저널 ‘코리아 폴리시 리뷰(KPR·Korea Policy Review)’를 탄생시키는 산파 구실을 했다. KPR는 케네디스쿨이 특정 국가만을 대상으로 발간한 최초의 정책저널로 큰 화제를 모았다. 지금은 다른 한국인들과 여러 나라 학생들이 KPR를 발간하는 데 열정을 쏟고 있다.

지구촌 나눔운동 사무총장을 지낸 김혜경 씨는 2005년 케네디스쿨을 졸업한 뒤 경실련 국제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렇듯 케네디스쿨이 ‘파워엘리트의 산실’로 자리잡은 까닭은 무엇일까. 먼저 문제해결 능력을 중시하는 실용적 학풍을 꼽을 수 있다. 한나라당 박진 의원은 “케네디스쿨의 실사구시 수업을 통해 국제정세에 눈떴다”고 말했다.
“어떤 한 교수의 수업에서 한반도 급변사태에 대한 모의 시뮬레이션을 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학생들이 각각 한국 대통령, 미국 대통령, 김일성의 역할을 맡아 위기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논의를 벌였다. 이러한 훈련을 통해 국가안보, 한미관계, 동아시아 정세 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받았다.”

교육목표는 단순히 당면 문제의 해결책을 찾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좀더 효율적이고 실용적이며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끌어내야 한다. 송하중 교수는 “사회현상을 입체적으로 접근하는 방법론을 접하고 처음에는 큰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2005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토머스 셸링 교수는 ‘사람들은 왜 극장에 들어가면 뒷자리에 앉는가’ ‘담배는 왜 석 달 이상 안 피워야 끊을 수 있는가’ 같은 독특한 질문을 던졌다. 정책과는 한참 동떨어져 보이는 이런 문제들을 풀기 위해 인간 심리는 물론 경제, 정치, 사회에 대한 폭넓은 공부가 필요했다. 이렇게 공부하면서 개개인의 사고방식이 사회적 현상으로 나타나는 메커니즘을 깨닫게 됐다. 머릿속에 맴돌던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구체적인 방법론을 익힌 것도 큰 소득이다.”


전 세계 주요 리더들 거쳐가


케네디스쿨이 미국 정계에 끼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대통령 후보로 결정되면 이곳에서 토론회를 여는 것이 일종의 불문율이다. ‘케네디스쿨 교수들과 학생들의 검증을 받지 않으면 대통령 후보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국제금융, 거시경제정책 분야에서 탁월한 연구 업적을 남긴 경제학자 제프리 삭스 교수(현 컬럼비아대 교수),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방차관보를 역임한 애시턴 카터 교수, 외교안보전문가 조지프 나이 교수…. 케네디스쿨에 몸담았거나 현재 몸담고 있는 세계적 석학들은 학교의 명성을 드높인 주역이다. 이현승 GE에너지코리아 사장은 “제프리 삭스 교수의 지도를 받으며 ‘아시아 금융위기’를 주제로 특별 세미나를 개최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은 전 세계에서 각 분야의 리더가 거쳐가는 곳이다. 탄자니아 총리, 태국 국회의원, 미국 관료, 한국 컨설턴트, 독일 변호사가 한 강의실에서 공부한다. 하지만 다양한 연령과 직업, 국적을 지닌 학생들이 미국식 교육을 받아 세계에 ‘팍스 아메리카나’를 확산하는 데 알게 모르게 기여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현재 케네디스쿨 공공정책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선대인 씨(전 동아일보 기자)의 말이다.

“미국인 교수는 제3세계에 대한 강의에서 지극히 미국적인 시각으로 문제에 접근한다. 하지만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은 이미 각국에서 지도자급 위치에 있었던 만큼 자신의 기존 시각을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다만, 반미를 외쳐온 사람들도 케네디스쿨이 쌓아올린 지적 깊이에는 압도되고 만다. 그런 점에서 각자의 이념과 시각을 떠나 합리적 대안과 해법을 찾는 과학적 방법론은 배울 만하다고 본다.”

케네디스쿨에 들어가려면?
상위 1~4% 성적에 사회적 공헌 근거 있어야 유리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표지판.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의 교육목표는 공공 분야에서 공익을 위해 일할 인재를 키우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학교는 학생이 사회적으로 어떤 기여를 해왔는지에 특히 관심을 갖는다. 지원자는 이력서, 학업계획서, 정책분석 에세이, 자신의 리더십 경험 에세이 등 네 편의 글을 제출해야 하는데, 자신의 사회적 공헌을 부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외국인의 경우 영어성적 제출은 필수다. 미국대학원 입학자격 영어시험(GRE) 또는 GMAT 점수를 내면 된다. 성적이 최소 상위 10% 안에는 들어야 하며, 보통은 상위 1~4% 안에 들어야 경쟁력이 있다. 원서를 접수한 후에는 입학담당관이 한국에 와서 구두 인터뷰와 에세이 테스트를 한다.

케네디스쿨 석사과정은 크게 네 그룹으로 나뉜다. 2년 과정인 공공정책 석사(MPP·Master in Public Policy), 행정학 석사(MPA·Master in Public Administration), 행정·국제개발 석사(MPAID·Master in Public Administration in International Development), 그리고 1년 과정의 경력자 행정학 석사(Mid-career Master in Public Administration) 과정이 그것이다. MPP는 정치, 경제개발 및 다양한 정책 분야를 포괄하는 학위이며, MPA는 중견 사회 경력을 지닌 학생들이 자유롭게 커리큘럼을 짜서 자신에 맞게 수강할 수 있도록 한 프로그램이다. MPAID는 국제개발 분야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IMF, 세계은행 등에서 일할 인력을 양성한다. 1년 과정의 경력자 행정학 석사는 주로 자기 분야에서 10년 이상 경력을 지닌 사람들이 지원한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의 1년 학비는 약 3만6000달러(약 3600만원)이며, 1년 생활비는 약 7만 달러(약 7000만원)가 든다. 더 자세한 정보는 www.ksg.harvard.edu 에서 찾아볼 수 있다.


사회지도층 인사인 한 졸업생은 “케네디스쿨 동문의 가장 큰 힘은 탁월한 문제해결 능력과 탄탄한 글로벌 네트워크”라고 말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한국인 35명이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치열한 경쟁과 좌절을 통해 혼자 서는 법을 배우고 있다.

글: 주간동아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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