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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통일의 첫 걸음이다.


다름


저는 남한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이 너무 어색하고 힘이 들었습니다. 그들이 나와 달랐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외국인 친구들과 더 많이 어울려 다녔습니다. 남한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데 어떻게 외국인 친구들과는 어울릴 수 있었을까요? 북한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은 매우 문제중심적 입니다. 반면 남한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은 관계 중심적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가끔 남한 친구들과 대화를 할 때면 답답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남한 친구가 저에게 전화를 걸어와서 이것저것 안부를 물으면 나는 대뜸 “본론부터 이야기 해” 라고 말을 합니다.

받아들임


1년 전 예수원에서 하는 삼수령 노동 학교에서 청소년 캠프 총 카운슬러를 맡고 캠프를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1회 노동학교 참가자들은 생명의강 학교 학생들과 샘물중학교 학생 들이었습니다. 생명의강 학교는 ‘북한 개방의 때를 준비하며 다음세대를 준비시킨다’는 비전을 갖고 있는 학교입니다. 생명의강 학교 LIZ 교장 선생님께 어떻게 통일을 준비하는 교육을 시키는지 여쭤본 적이 있습니다. 학교에서 어떻게 북한문화나 북한의 이해에 대해 가르치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생명의강 학교에서는 북한에 대한 커리큘럼은 아무것도 없다고 했습니다. 북한에 대한 이해 없이 어떻게 통일을 준비 하냐고 묻는 나의 질문에 교장 선생님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우리 학교에서 통일을 준비하는 첫 걸음은 서로 다름을 받아들이는 교육을 시키는 것입니다.” ‘타인의 생각을 존중해주고 타인의 행동에 대해 이해하려고 하는 그런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통일을 준비하는 첫 디딤돌’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을 듣는 순간 저는 햄머로 머리를 강하게 맞은 느낌이었습니다. 남과 북이 하나 되는 길은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구나 라는것 을 깨닫는 순간 이었습니다.

연마


그러고 보니 나는 북한을 탈출해서부터 다름을 경험했던 것 같습니다. 중국에서 5년간 체류하면서 내가 살던 문화와 다른 중국 문화를 살아남기 위해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한국에 온 이후에는 미국인 친구와 룸메이트로 6년간 살면서 또다른 문화를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처음 영어를 배우려고 미국인 친구와 함께 살자고 제안을 했을때 그 친구도 자기와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갖고 있는 저와 살면서 ‘충돌이 일어나면 어쩌지?’ 하고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합니다. 일주일의 고민끝에 미국 캘리포니아 얼바인에서 태어난 Aron 이라는 친구와 함경북도 무산에서 태어난 저와의 삶이 시작되었습니다. 우리의 만남은 첫날부터 삐걱 거렸습니다. 어느날 저녁 Aron 이 저녁을 만들어 혼자 자기 방에서 먹는 모습을 보고 나는 깜짝 놀랐습니다. ‘아니 어떻게 같이 먹자는 말 한마디 없이 혼자 먹을수 있지?’ 도저히 이해할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그 친구에게 다짜고짜 나의 섭섭한 마음을 이야기 했습니다. "Aron 북한에서는 밥을 먹으면 최소한 밥 같이 먹자 라고 빈말이라도 하는게 예의야! 니가 북한선교를 준비한다고 여기 한국까지 와서 고생하는건 잘 알겠지만 이런 방식으로 북한에 가면 너의 곁에는 아무사람도 없을거야!" 이렇게 저는 저와 다른 또 다른 문화를 가진 친구와 살면서 서로를 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하루는 친구가 밖에서 신고 다니던 신발을 신고 방안에 까지 들어오는것을 보고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습니다. ‘아니 어떻게 집 밖과 집 안을 구별 못하지?’ 라고 생각했는데 바로 이것이 나와 다른 미국에서 살아온 친구의 문화였습니다. 이렇게 나와 다른 성장 배경을 가지고 언어도 다르고 생각도 다른 친구와 함께 살면서 나는 나의 닫혀있던 마음을 조금씩 열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렇게 다른 문화의 친구들에게 마음을 열고 다가갔던 경험을 떠올려 보니, 남한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는 것도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2년전부터 남한친구들, 외국인친구들, 해외교포 친구들과 여러가지 프로젝트들을 함께 하면서 저는 다름을 수용하는것이 함께 통일을 이루어 가는 과정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앞서 등장한 제 룸메이트 Aaron은 미국 LA 에 꽤 이름 있는 오케스트라 지휘자였습니다. 그런 친구가 한국에 와서 탈북 청년들 에게 영어를 가르치면서 북한에 있는 고아들에게 빵 공장을 만들어주겠다고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태어나서 25년 동안 나 만을 위한 삶을 살아오던 나에게 이 친구의 삶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삶이었습니다.이 친구와 함께 살았던 6개월, 그리고 다른 미국인 룸메이트 들 과의 삶을 통해 저의 삶이 송두리째 바뀌었습니다. 나 혼자 만을 위한 삶이 아닌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삶, 특별히 북한에서 어렵게 살고 있는 이웃들을 위해 살겠다는 삶의 목표를 새롭게 세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처한 현실에서 어떻게 북한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분단의 현실로 도저히 북한에 있는 사람들을 내가 직접적으로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없었습니다. 그때 저의 눈에 들어온 친구들이 바로 자기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탈북 대학생 들이었습니다.

다리


처음에 제가 안타까웠던 친구는 건대에서 패션대자인 공부하고 있던 성숙이라는 친구였습니다. 패션디자인을 공부하면서 그 분야에서 경력 쌓아야 할 텐데 방학에 슈퍼마켓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떻게 이 친구를 자기 분야에서 경험을 쌓을수 있게 할까? 라고 고민하고 있을때 우연히 뉴스에서 성주그룹 김성주 회장님에 대한 기사를 보게 되었습니다. 자기 전 재산을 북한을 위 사용해 달라고 유서를 쓰셨다는 기사를 보고 이분이구나, 라고 무릎을 치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김성주 회장님과 연락할 아무 방법도 없었습니다. 때마침 잠깐 서울에 내려오셨던 예수원의 Ben Torrey 신부님과 만나면서 탈북대학생의 인턴십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성주그룹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저의 이야기를 듣고 Ben Torrey 신부님과은 김성주 회장님과 절친한 사이라고 하면서 편지를 써서 보내주면 김성주 회장님께 전해 주겠다고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회장님께 저의 편지가 전달이 되었고 김성주 회장님은 바로 인사과에 탈북대학생 인턴십을 추진해 보라고 지시를 내리셨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성주그룹 인사과장님과 함께 탈북대학생 인턴십 프로그램을 준비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성숙이를 비롯한 4명의 탈북 대학생들에게 인턴십 교육을 4개월간 진행하기 시작하였습니다. 하지만 처음 인턴십을 보내려고 친구들을 만나서 이런 저런 이야기 하는 과정에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일 필요했던 부분이 이 친구들이 꿈을 갖고 있지만 너무 막연하게 꿈을 꾸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어떤 계획을 세워야 하며 어떤 방법으로 준비해야 하는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습니다. 인턴십 준비를 하면서 4명의 인턴십 희망 학생들에게 외국인 친구들을 1:1로 영어멘토링 그룹을 만들었습니다. 서로 비슷한 관심사를 갖고 있는 친구들로 매칭시켰습니다. 성숙이라는 친구가 패션디자인 공부를 하고 있는데 영어멘토 친구도 용산국제학교 교사로 있는 패션에 대단히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Lynn 이라는 친구로 붙여주어 서로 공통 주제에 대해 영어로 대화를 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또한 영어만 공부하는게 아니라 서로의 삶에 대해서 나누고 챙겨주는것을 영어멘토링의 기본 목적으로 하였습니다. 인턴십 면접 준비는 일방적인 교육이 아니라 스스로 준비하는 코칭방법을 사용하였습니다. 독일에서 온 친구한테서 독일 통일과정에 대해 강의를 듣는 시간도 가지고 미국, 캐나다, 영국 등지에서 온 친구들과 함께 서울외국인학교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서로의 삶에 대해 나누는 시간도 가지면서 다름에 대하여 체험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틀에 박힌 인턴십 교육이 아니라 다양함을 경험하고 스스로 준비하는 인턴사전교육이 무사히 끝나고, 4명중의 2명의 친구가 성주그룹 탈북대학생 인턴으로 선발되었습니다.

함께 인턴십 준비를 했던 친구들 중에 탈락한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외대 중국어 학과에 다니는 은주라는 친구는 웹디자이너가 되는것이 꿈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알고 있는 Liferay 라는 미국회사에 인턴을 보내려고 회사 CEO에게 이메일도 보내고 대표님이 한국에 왔을때 면접도 보고 하였는데 은주는 면접에서 탈락 되었습니다. Liferay 는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다국적 소프트웨어 오픈소스 회사이므로 은주는 미국이나 독일에 있는 회사로 인턴십을 갈수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일 큰 걸림돌은 언어였습니다. 영어멘토가 붙어서 몇 달동안 언어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지만 짧은 시간에 해결할수 있는 문제가 아니였습니다. 또한 미국의 조직 문화는 한국의 조직 문화와 다르므로 차별화된 준비가 필요했습니다. 예를 들어 은주가 Liferay 대표님과 이메일을 통해 면접을 했는데 20일 지나서 답장을 하고 했던 것이 인턴십 면접에서 탈락하게 된 주요 원인이었습니다. 은주는 지금 그때의 실패를 교훈을 삼아 열심히 노력하여 좋은 회사에 취직하여 일하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 Google, 러쉬코리아, 등 다양한 글로벌 기업들에 탈북 대학생 인턴십을 어떻게 제공할수 있을지 협상 중에 있습니다. 통일을 꿈꾸는 탈북 대학생들과 통일을 준비하고 싶은 기업들의 만남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갖춤


통일은 어떻게 오는 것일까요. 불확실한 미래에 발을 내디디며, 생각해 보았습니다. 준비된 자에게 기회는 찾아온다고 합니다. 통일도 우리가 준비되었을 때 도적같이 찾아올 것입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각자의 자리에서, 조금씩 모여 미래를 준비할 때 우리는 하나된 코리아라는 선물을 받을 것입니다.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모든 상황은 그리 밝지 않지만, 우리의(남북한, 디아스포라 코리안 청년들) 풀뿌리와 같은 움직임 들을 통해 우리는 한반도에 통일의 봄을 가져오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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